Thinking&Making

지루하지 않다 영화 엑시트

까비노 2019. 8. 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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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엑시트》는 한마디로 '지루하지 않은' 영화이다.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초대형 장면이 없는데도 손에 땀이 흐르는 장면이 있다. 키스신이 없는데도 설레는 감정을 준다. 신파스러운 장면이  없는데도 감동이 있었다. 대작이라 부리는 작품들도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이 있는데, 이 영화 엑시트는 지루하지 않다. 

 

 영화관에서 돈 주고 영화를 볼 때, 최악의 평은 '돈 아깝다'일 거다. 영화 엑시트는 최소한 돈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오늘 같이 무더운 날씨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부터 수고스러운데, 나오면서 영화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랬다. 낮 영화를 봐서인지, 영화 도중에 화장실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극적 반전이 그려지지 않아서겠구나' 싶기도 했다.

 

 조정석 배우와 임윤아 배우는 생각만큼 연기를 잘했다. 특별한 효과가 없는 영화에서 집중력을 준다는 건 그만큼 배우의 연기가 좋다는 것일 테니까. 임윤아 배우는 영화 '공조'에서 역할을 잘 소화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가수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굳이 필요한가도 싶다. 이지은, 임윤아, 정은지 배우를 생각하니 드는 생각이다. 

 

 영화에서 재난이 시작되는 도입부는 현실적이었다. 용남(조정석)이 건물 옥상으로 가는 부분에서 손에 땀이 흘렀다. 그 느낌을 함께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재난 중후반부에는 판타지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현실과는 조금 멀어진 탈출신에 긴장이 다소 풀리기 시작했다. 그 부분을 코믹과 '사랑이 싹트는 부분인가' 하는 기대감으로 영화를 보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와 용남의 재회 장면인데, 아버지의 첫마디에 그랬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아버지의 눈에 비친 아들이 어떤 존재로 변했는지 느껴진다. 이후 영화의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면 좋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용남과 의주(임윤아)는 알콩달콩해지고, 용남은 인플루언서가 돼서 더 이상 취업 걱정이 없고, 어린 조카는 삼촌처럼 되고 싶어서 운동을 하고, 웨딩홀 사장 아들은 여전히 잘 살 테고, 특종을 잡은 피디는 좋은 평을 듣고, 화학 회사는 책임을 묻는 오랜 법정 싸움을 시작하고, 정부는 대책 마련만 하고, 국회는 여론을 살피며 움직이는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나는 영화다. 액션이, 효과가, 배우가 너무 과하다는 뜻은 아니다. 로맨스, 액션, 신파가 과하지 않고 적당해서 생각났다. 아마 저런 요소들 중 하나가 과했다면,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았을 것이다. 세상 살면서 가장 힘든 게 '평범'하게 사는 거라던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평범하다는 게 칭찬일 수 있겠다. 

 

 개봉한 지 꽤 시간이 흐른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사전에 이 영화에 대한 정보도 없이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영화를 본 기억 외에는 다른 게 없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 편하다. 광고가 끝난 후부터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까지 지루하지 않았다고 쓰면 끝나니까. 많이 울고 싶다거나, 특정 장르가 보고 싶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영화 엑시트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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