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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를 걸어서 가는 편이다. 2km 정도면 넉넉하게 40~50분 일찍 출발하면 된다. 생각보다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익숙한 길은 복잡했던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고, 낯선 길은 오롯이 길 찾는데만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 느낌이 좋아서 걸어 다닌다.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주차된 차로 가는 걸 선택한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답답해서 싫다. 생각을 정리하며 컨디션을 유지하려는 목적에도 맞지 않다. 시원한 음료나 한잔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콧속에 들어오는 공기가 달라지며, 시원한 음료 생각에 '롯데칠성'이 떠올랐었다. 작년(2016년 기준) 최고가 달성 이후 계속해서 주가가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여름 장사 수혜주로 음료, 맥주업체가 언급되고 있었다. (뭐 연례행사 같은 거지만) 혹시, 설마, 이번에는, 내게도, 온갖 수혜를 생각하다 보니 진짜 손가락을 움직이도 있었다. 파리채라도 있었으면 왼손에 움켜쥐고 마우스를 움켜쥔 오른손을 후려쳤을 거다.
약 2주 전부터 약속 장소에 걸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원한 음료를 찾는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또 자연스럽게 시원한 음료, 아이스크림, 맥주 관련 업종이 떠오른다. 그때와 조금 다른 건, 굳이 왼손에 파리채를 쥘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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