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월, 「타이타닉」이 개봉했다. 무섭고, 슬프며, 비극적 사건인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그린 영화이다. 지금 배의 침몰을 애도하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는 리즈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리게 하거나, figurehead 역할을 하는 잭과 로즈의 백허그 장면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뿐이다.
「타이타닉」을 상영했던 피카디리 극장은 지금도 뚜렷하기만 한 추억의 장소이다. 나에게는 타이타닉 OST CD를 구입한 친구를 부러워했던 장소이다. 소설 속 경애와 E에게는 영화 세븐과 타이타닉을 본 장소이다. 두 영화 사이에서 서로 다른 공간을 그리고 싶지 않았던 경애의 마음이 드러난 장소이다. 또한 '모두의 영동'이라는 하이텔 영화동호회에서 만난 둘의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장소이기도 하다.
장소 하나에도 사람 마음은 각각인 게 인간이지 싶다. 소설 「경애의 마음」에서는 좀 더 다양한 '인간 마음'들을 그려낸다. 상수와 상규, 경애와 산주, 김 부장과 오 과장, 미싱 회사 팀장 상수와 유명 페이스북 '언죄다' 운영자 상수, 사장과 이사진들, 기술자 조선생과 창식씨.
언니 상수와 대리 상수. 이미 꼬일대로 꼬인 현실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온라인상 '언죄다' 페이지를 운영한다. 작품은 상수를 시작으로 한다. 이야기는 상수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상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로 끝을 낸다. 그래서 의아했다. 왜? 책의 제목은 '경애의 마음'인데. 이야기는 상수... 아. 책은 상수를 이야기하지만 경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건가?
경애는 frankensteinfree-zing라는 이메일을 사용한다. 동호회에서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좋아해서 박사가 만든 인형, '피조물'을 닉네임으로, 나중에는 줄여서 '피조'라고 불렸다. 이때가 경애의 첫 마음, '은총의 마음'이다. 이 마음은 호프집 화재 참사에서 불타버린다. 이 트라우마가 경애를 프랑켄슈타인 박사에서 그의 창조물이 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두 번째 마음, '산주의 마음'이다. 대학생 시절 사귄 산주는 연애와 이별을 경험하게 해 준다. 이별 후, 다시 찾아온 산주는 대학생 시절 '산주의 마음'이 아니었다. 경애에게는 그랬다.
세 번째 마음은, '상수의 마음'이다. 베트남에서 상수가 경애의 손을 잡을 때 그랬다. 은총의 일을 공유하면서도 말이다. 이걸 '마지막'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았다. 트라우마에서 시작된 경애의 마음이 그녀 스스로던지,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를 통해서 다시 시작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음악이 있다. 그중 하나는 델리스파이스 《차우차우》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은총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호출기 안내음으로 나오던 노래이다. 또 다른 한 곡은 스타워즈 OST 《Across The Stars, 별들 사이를 건너서》이다. '언죄다' 페이지를 해킹 공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상수가 듣던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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