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는 누구나 들어봄직한 단어다. 버킷은 담는다라는 명사고, 리스트는 목록이다. 담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내 경우에는 지나가는 콘텐츠나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해볼까?'라는 생각을 떠올리곤 했다.
여행 중 '이렇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 경험이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가 파노라마 모드로 풍경을 촬영했다. 낮과 밤을 담은 영상은 지금도 내게 좋은 느낌을 가져다주곤 한다. 그 시간 동안 한 가지 떠오른 게 있었다. '다음 여행은 이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그래서 구입한 책이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그림을 그리며 센트럴파크의 모습을 손으로 담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어느덧 2년이 흘렀지만, 그림 실력은 여전했고, 아이패드는 영상기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AI가 그림도 그려준다는 뉴스를 접하며, 그때를 잠시 떠올리며 다시 바쁜 일상에 치이며 살고 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a4 한 장을 꺼내 들고 써 내려갔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여행 가서 그림 그리기, 이촌동 아파트 매수하기, 동네책방 창업 같은 것들이 우선 떠올랐다. 리스트를 작성하다 보니 동사보다는 명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명사가 아닌 동사를 선택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겠단 생각을 들었다. 이촌동 아파트라는 명사보다는 우리 가족이 평지에서 조용한 동네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먹고, 나와 아내는 출퇴근 거리가 가까워 우리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많아질 거란 행복한 상상, 더불어 시간이 지나 아이가 성장했을 때 자산가치가 보전된 아파트를 통해 삶을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있다. 좀 더 구체화하니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떠올랐던 '다음 여행은 내 손으로 풍경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버킷리스트에 담았다. 그 과정에서 '삶을 명사보다 동사로 채워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결과를 쫓는 '명사' 인생이 아닌, 경험하는 '동사' 인생을 살아보는 데 버킷리스트라는 방법이 떠오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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