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작가가 느끼는 황홀함이 궁금했다. 나도 '황홀한 글감옥' 수감자가 되고 싶달까?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출간하고, 2009년 나온 자전 에세이가 「황홀한 글감옥」이다.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이 담겨 있다. 형식은 Q&A, 질문과 응답하기다. 질문수가 적지 않다. 84가지로 '내가 궁금했던 질문'을 먼저 찾아보는 방식으로 읽었다.
소설은 꼭 진실을 써야 하는가?
작가가 그려낸 세상이다. 배경, 인물, 관계, 사상. 체계 등. 그럼에도 진실이 필요할까?
'저는 오로지 진실한 글을 씀으로써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코자 하는 한 사람의 글쟁이일 뿐입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에게 기여코자 하는 글쓰기에는 반드시 진실이 필요하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라.
어떻게?
무엇을 읽을 것인가? 세계문학전집 완독, 한국문학전집도 완독, 한 작가의 작품에만 고정되거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형식보다는 내용을, 어떻게보다는 무엇에 치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왜 그런 소재를 선택했을까'
'주제와 소재는 효과적으로 조화되어 있는가'
'문체의 특성은 무엇인가'
'소설로서 성취도는 어느 정도인가' 등.
예술가에게 '영감'이란 무엇일까?
신의 계시를 받은 것 같은 느낌? 신의 영묘한 감응? 영감의 사전적 의미다. 어느 순간에 환하게 온 몸을 휘감는 '그 무엇'인가? 이 결과는 존재한다고 합니다. 다만, 반드시, 자기가 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깊고 깊은 고심과 몰두가 쌓여야 한다.
「황홀한 글감옥」은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목표를 성취하는 데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 대하소설 쓰는 방법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내린 방법이다.
첫째, 집필 기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다. 방법으로 금주, 일 집필량 설정, 목표는 끝끝내 달성하고 책상에서 일어나기다.
둘째, 글을 쓰고자 한다면 당신은 언제나 막장에 서 있는 광부여야 합니다. 인물의 인상을 뚜렷뚜렷하게 박는 것이다.
셋째, 한 문장,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세 번씩 생각하고 쓰는 것이다.
저자와 대화 후 황홀한 글감옥에 갇히지 못한 이유를 알겠다.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글을 읽고 글을 썼다. 지금도 그렇다. 읽고 쓰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음매가 빠져있었다. 깊고 깊은 고심과 몰두보다는 읽음으로써 흥미 해소에만 몰두한 것이다. 돌이켜보니, 간질간질하게 아쉬웠지만, 애써 무시했던 부분이 생각하기였다. 이제 흥미 해소나 권수 채우기보다는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럼으로써 저자가 말한 '영감'이 분출되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진실, 감동을 의식하지 않았다. 잘 썼네? 공감 가네? 와...?. 이런 감정들이 진실과 감동에서 왔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 책을 쓰는 작가라면, 진실과 공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법이라면, 자료의 취사선택에서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루의 집필량을 정해놓지 않았다. 고심과 몰두가 쌓여 분출되는 영감도 없는 주제에, 침대에 누워 불현듯 신의 계시를 받으려고 했다. 심지어 시계는 1분가량도 흐르지 않았었다. 작가처럼, 일일 집필량을 정해놓고, 반드시 마침표를 찍고 일어나야겠다. 이게 글이던지 단어 짜 맞추기던지 알게 뭐람. 일단 쓰고 보는 거다.
끝으로 너무 갖고 싶어서 머릿속에 외운 문장이 있다.
"김초혜는 나에게 날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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