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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기계 vs 생각하지 않는 인간, 홍성원

까비노 2021. 8.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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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5년에 개봉한 「아일랜드」는 '복제인간'을 관리하여 DNA 제공자에게 장기 이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다. 당시에는 멀지 않은 미래라 여겼는데, 그 배경 시기(2019년)가 이미 2년이 지났다. 기술 발전은 상상보다 느렸다. 기술의 발달에 대응하는 생명윤리에 관한 내용을 논의하기에 시간이 충분해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도 상상보다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소개된 지 이십 년이 넘었지만, 인간의 상상력을 기술력이 초월하지 못했다.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서 표현된 절망적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지도 않았다. 앞으로 수십 년은 'smart'하고 'sweet'한 인공지능 기술만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 같다.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 홈서비스'같은 것들이다.

 

 상상력을 근거로 기술력이 발전하므로 생각보다 그 속도가 빠르지 않다. 상상력은 시공간 초월이 가능하지만 기술은 단계에 맞춰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술의 발달에 대응할 시간이 충분하다.

 


 

2.

Animal laborans: 매일 고된 일을 되풀이해야 하는 인간, 즉 일하는 동물로서의 인간. "어떻게?"

Homo faber: 판단력을 갖고서 노동하는 인간. "왜?"

 

  '사람'이 손으로 들거나 멜빵에 걸어 메고 운반하던 가마는 '바퀴'를 장착한 인력거에 대체되고, '인력'을 사용한 이동수단은 '엔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현재는 '인간'의 눈과 손 그리고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발의 역할을 '자율주행장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미래가 '현재'가 되었다. 

 

AI는 사고하지 않는다. 단지 계산할 뿐이다. AI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정보의 최적화다. 프레임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든 데다가 상위 차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간만이 가능하다.

 


 

3.

 

 이처럼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아날로그로의 귀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이 세상을 편리하게 지배하자 사람들은 아날로그 시절의 불편함에서 인간적이고 따뜻함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리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TV 프로그램 방송 시간을 찾기 위해 신문에 게재된 TV 편성표를 찾아본 지가 언제일까? 당일의 기상상황은 새벽 뉴스를 통해서나 알던 때도 있었다.. 귓가에 들리던 음악은 그 흥얼거림을 입에 머금고 가까운 레코드점에 들러야지 풀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정보를 얻는 경로가 한정되었다. 덕분에 친구에게,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지나가는 행인에게 날씨를 물어봐도 이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네트워크가 '스마트폰', '포털 사이트' 등에 통합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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