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킹메이커'라는 단어를 접해봤다. 대통령 혹은 어떤 명예를 갖는 사람을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을 킹메이커라고 한다. 그들은 자의적으로 '킹'을 만들고, 그에 대한 기쁨과 보상을 누린다. 하지만 자신이 '킹'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킹'의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그림자가 돼야 한다면? 아마 대부분은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최후에는 그 명예를 되찾고 싶을 것이다.
이 영화 ≪더 와이프, The Wife≫가 그런 영화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여 '퀸'이 될 수 있었지만, 시대적 배경이 그녀를 '그림자' 역할에 강제 배정한다. 여자는 작가가 될 수 없는, 수준 높은 작품이라도 여자라는 타이틀이 장애물이 되는 시대에서 조안(글렌 클로즈)은 태어났다.
조안에 의해서 킹이 되는 인물은 조셉 캐슬먼이다. 그는 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조안과 사제지간으로 만나 결혼했다. 즉, 조안의 남편이 캐슬먼이다. 남편을 도와 노벨문학상 수상에 큰 기여를 한 아내. 이렇게만 생각하면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조안의 글쓰기 능력이 남편 캐슬먼보다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서로 윈윈 하는 공생관계가 아니라 숙주에게 기생하는 관계였다.
영화는 조안과 그의 남편 조셉 캐슬먼 그리고 기자 나다니엘을 축으로 돌아갑니다. 조안과 캐슬먼이 단순한 원소 배열이었다면, 나다니엘은 결합하여 폭발성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조안이 평생 속에 품고 있던, 그리고 간절히 원하던 이상향을 현실로 바꿔버립니다. 실제 작품의 주인공은 조안이라는 기사를 발표함으로써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병이 있다. '화병'이다. 억울한 일이나 한스러운 일들이 쌓이면서 생기는 병이다. 할머니, 어머니 시대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존재한다. 그만큼 한쪽에 부조리하고 잘못된 인식이 많았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조화로운 존재인데, 몸과 정신에 병이 생긴다면 그 원인은 잘못된 게 맞다. 이 영화 《더 와이프》의 주인공 조안이 만약 우리나라 병원을 방문했다면 '화병'진단을 받았을 거다.
조안 역으로 제76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는 글렌 클로즈이다. 그녀는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기도 했다. 아쉽게 수상을 놓쳤지만 연기력에 비해 상복이 없는 배우라는 평을 받았다. 그만큼 훌륭한 연기력을 지녔다. 이 배우를 본 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What Happened to Monday》 에서다. 1인 7역을 맡은 카렌 셋맨 역의 배우 노미 라파스에 비해 분량은 적었다. 하지만 글렌 클로즈가 맡은 니콜렛 케이먼 역이 기억나는 건 그만큼 연기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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