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유럽 도시 기행」은 네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그리고 파리 각각에서 4박 5일 정도를 평범한 한국인이 하는 방식으로 여행하며, 도시의 텍스트를 콘텍스트와 함께 살필 수 있게 구성했다. 이 구성은 도시의 역사와 구조를 전체적으로 이해시켜주려는 목적을 가진다. 대형서점에서 '뜻밖의 발견'을 하듯이, 도시가 품고 있는 '뜻밖의 이야기'는 그 목적에 부합한다.
책의 저자는 유시민이다. 장관, 정치인, 방송인 등의 활동을 했지만 작가로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의 또 다른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인 듯하다. 여행에 흥미가 없으면서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로 전작의 영향이 있었다.
멋있게 나이 들지 못한 미소년 아테네, 뜻밖의 발견을 허락하는 도시 로마, 단색에 가려진 무지개 이스탄불, 인류 문명의 최전선 파리로 각 도시를 표현하고 있다. 도시에서 숨 쉬고 맡은 공기를 작가 나름대로 해석해 붙인 것으로,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의미를 들어볼 수 있었다.
"흠, 이 도시에 이런 이야기도 있단 말이지. 나름 재미있군", 이 같은 반응 하나를 기대하며 이 책 「유럽 도시 기행 1」은 쓰였다. 흠, 그런 면에서 저자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할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유시민 작가의 전작인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이 '삼국지연의'라면, 「유럽 도시 기행」은 '삼국지 역사서'같은 느낌을 준다. 재미의 요소가 달랐다는 의미다. 연의가 술술 넘겨도 스토리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면, 이 책은 하나하나 입력되는 정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도시 공부보다는, 도시 이야기를 원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군'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볼 만한 이유는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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